Mar 2 / CEO비즈니스스쿨

중국제조2025전략과 중국 AI 경쟁력에 대한 연구

초록

본 논문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국가 제조업 혁신 전략으로, 반도체 및 AI 산업 육성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본 연구는 이 정책의 배경과 핵심 내용, 주요 추진 인물 및 연혁을 검토하고, 해당 정책이 중국의 AI 반도체 및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미친 파급 효과를 분석한다. 특히 미국이 2018년 이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반도체 및 AI 기술의 국산화를 가속화했다는 점을 조명한다.


연구 결과, 화웨이, SMIC 등의 기업이 AI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여 엔비디아 GPU의 대체재를 개발하였으며,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스타트업이 초저가 AI 모델을 출시하여 글로벌 AI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BYD, 샤오미, 화웨이 등 주요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며 테슬라 및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본 연구는 중국이 여전히 미국에 비해 첨단 AI 기술 및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일정한 격차를 보이지만, 5~10년 내에 해당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중국의 AI 및 반도체 산업 성장 전략이 미국의 기술 규제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왔는지를 조망하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의 향후 발전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한다.


주요어(Keywords): 중국제조 2025,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 자율주행, 화웨이, 딥시크, AI 반도체, 미·중 기술 경쟁

1. 중국제조 2025 정책 개요

배경 및 도입 목적: 2015년 5월 중국 시진핑 정부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한 제조업 혁신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였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는 저부가가치 조립공장에 머물렀던 중국 제조업을 첨단기술과 결합시켜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낮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던 과거에서 탈피하여,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품질 혁신과 친환경·고효율 제조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핵심 기술과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 압력으로부터 자립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실제로 미국 제재로 어려움을 겪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 사례는 해외 기술 의존의 위험성을 일깨워주었고, 중국 정부가 제조업 자립을 추진하는 배경이 되었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핵심 내용과 주요 정책: 중국제조 2025는 향후 10년 간 제조업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면서, 특히 10대 첨단 산업 분야를 우선 육성한다. 여기에는 ① 차세대 정보기술(IT)(반도체, AI 등 포함), ② CNC 공작기계와 로봇, ③ 항공우주 장비, ④ 해양공정 및 선박 장비, ⑤ 첨단 철도교통, ⑥ 에너지 절감형 및 신에너지 차량(전기차), ⑦ 전력 장비, ⑧ 신소재, ⑨ 바이오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⑩ 농업기계가 포함된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들 분야에서 **핵심 부품과 재료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단계별 목표를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이를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책이 동원되었다. 예를 들어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일명 “대기금(Big Fund)”)을 2014년 설립하여 1차 1,400억 위안, 2019년 2차 2,000억 위안의 자금을 조성,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였다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또한 반도체 제조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 보조금, 국산 장비·소재 채택 장려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도 시행되었다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이처럼 중국제조 2025는 정부 주도의 자본 투자와 정책 지원을 통해 첨단 제조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전방위 산업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시행 연혁 및 주요 인물: 해당 전략은 국무원이 주도하고 공업정보화부(MIIT) 등이 세부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했다. 리커창 총리가 중국제조 2025를 국가 전략으로 공표하고 각 부처와 지방정부에 이행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5년~2017년에 걸쳐 세부 실행계획과 로드맵이 발표되었으며, 2018년에는 「스마트 제조 2025」 등의 후속 추진계획이 나와 산업별 시행이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이 전략이 공개되자 미국 등 서방의 경계심도 높아졌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중국의 공격적 산업정책이 미국 경제에 위협”이라고 공개 비판하며 기술이전 강요, 보조금 지급 등을 문제삼았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결국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중국제조 2025 언급을 자제하게 되었지만, 내적으로는 동일한 목표를 다른 표현으로 지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AI 및 반도체 산업과의 연관성: 중국제조 2025에서 제시한 10대 분야 중 차세대 정보기술, 신에너지 자동차, 로봇, 바이오 의료 등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과 직결된다. AI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는 반도체는 모든 첨단 제조분야의 기반이므로, 반도체 자급률 목표(2025년 70% 등)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 지표로 설정되었다 (‘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특히 AI 칩을 포함한 고성능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도 연계된 전략품목으로 간주되어 정부 차원의 집중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와 별도로 2017년 국무원은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하여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 덕분에 중국의 반도체 자체 생산능력은 꾸준히 늘어나 2020년대 초반 중국산 반도체 매출액이 2014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나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여전히 국내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2021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약 16% (외국계 기업 생산분 제외시 6%)에 불과하여 목표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그럼에도 중국제조 2025는 AI와 반도체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중국의 국가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고, 이후 10년간 이 분야에 막대한 민관 자원이 투입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2.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와 중국의 대응

미국의 반도체 규제 내용: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기술분쟁 속에서,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다층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도입해왔다. 2019년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 등을 거래제한 기업명단(Entity List)에 올려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의 공급을 차단했고, 2020년에는 이 조치를 강화하여 TSMC 등 해외 파운드리도 미국 장비·소프트웨어를 쓴 경우 화웨이에 칩 공급을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어 2022년 10월 미국 상무부는 포괄적인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AI 모델 훈련에 쓰이는 고성능 GPU 반출 금지, ◦중국에서 14nm 이하(미세공정) 로직칩이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생산에 필요한 장비 수출 금지, ◦미국 기술로 설계된 첨단칩의 중국 생산 차단, ◦관련 기술 인력의 중국기업 취업 제한 등이 포함되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이 조치로 엔비디아의 A100, H100 같은 최상위 AI 가속칩은 대중 수출이 즉각 금지되었고, 엔비디아는 성능을 낮춘 A800, H800 칩을 별도로 출시해야 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그러나 2023년 10월 미국은 이마저도 허용치 이상으로 중국 AI 성능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A800/H800 등 다운그레이드 칩도 추가로 수출 통제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이처럼 미국은 “작은 뜰에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 전략으로 중국의 AI 반도체 입수를 원천 봉쇄하고자 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규제가 중국 AI 반도체 및 산업 혁신에 미친 영향: 미국의 제재는 단기적으로 중국 AI 산업에 심각한 제약을 초래했다. 핵심 AI 연구기업들은 최신 GPU 수급에 차질을 빚어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도 지연되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자립 가속을 촉발한 면도 있다. 우선 주요 중국 테크기업들은 제재 발표 이전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GPU 재고를 확보하는 등 선제적 비축(stockpiling)으로 대응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실제 2022년 10월 수출규제 직전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이 상당량의 A100 등을 급히 주문했으며, 이를 통해 2024년 말까지는 대형 AI 모델 개발을 지속할 정도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또한 미국산 GPU가 막히자 시진핑 주석은 연일 “반도체 자립(self-reliance)”을 강조하며, 정부 차원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2023년 중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자금으로 추가 3300억 위안(약 $48억)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이전에 조성된 “대기금”에 이은 3차 지원으로 업계 부정부패 사건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를 강행한 것이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이 같은 자금 지원은 SMIC 등 파운드리의 공정 개선,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 첨단 설계 툴(EDA) 개발 등에 쓰여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는 미국 장비 수입이 제한된 가운데서도 DUV 다중패터닝 등으로 7nm급 공정 개발에 성공하여 2023년부터 일부 AI 칩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그 결과, 2023년 8월에는 화웨이가 이 SMIC의 7nm 공정으로 제작된 5G 스마트폰 AP(Kirin 9000S)를 전격 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이는 제재 하에서도 중국이 한 세대 이전 공정까지는 따라잡았음을 보여준다 (TSMC 7nm 양산 2018년 대비 5년 격차)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다만 최첨단 3~4nm 공정과 EUV 노광장비 등에서는 여전히 수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한편, 첨단 GPU의 직접 수입이 어려워지자 제3국 우회 수입해외 클라우드 이용도 등장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이 중동 등지의 법인을 통해 엔비디아 칩을 들여오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의 대규모 GPU 구매를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또한 규제 대상이 아닌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에 원격 접속해 AI 연산을 수행하는 우회 전략도 활용되고 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이러한 편법은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지만, 당국의 통제가 어려운 허점으로 남아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는 중국 AI 혁신의 비용 상승과 속도 저하를 가져왔으나, 한편으로 중국의 자구 노력을 결집시켜 단기간에 일부 기술 격차를 줄이는 촉매제도 된 것으로 평가된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실제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제재 이후에도 중국의 7nm 이하 공정 도전은 계속되어 기술 격차 확대를 억제하고 있으며, 만약 보도대로 중국이 5nm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면 제재의 장벽이 사실상 뚫린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결국 미국 제재의 최대 효과는 중국산 첨단칩의 경제성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정부 보조금 없이는 첨단 공정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고, 이는 당분간 중국 AI 칩의 상업적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화웨이, SMIC 등의 대응 전략: 중국 기업들은 각자 혁신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미국 제재에 대응하고 있다. 화웨이의 경우 2019년 이후 미국산 반도체 공급이 차단되자,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스마트폰 AP, AI 가속기 등 자체 개발), △해외 생산에서 중국 내 생산으로 전환하며 (SMIC와 협력), △미국 기술을 대체할 토종 생태계 구축에 힘써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앞서 언급한 7nm Kirin 9000S 칩으로, 화웨이는 이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2023년 말 출시하여 제재 우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또한 클라우드·AI 사업부에서는 Ascend 시리즈 등 자사 AI 반도체를 개발해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미국산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HarmonyOS(모바일/자동차용 운영체제), MindSpore(AI 프레임워크) 등을 내놓아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화웨이는 차량용 LiDAR,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 다변화도 진행하여, 스마트폰 제재로 인한 매출 타격을 다른 성장사업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SMIC(중신궈지)는 중국 내 유일하게 7nm급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로 부상하며 화웨이 등의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SMIC는 미국의 장비수출 차단으로 EUV 장비를 얻지 못했으나, 기존 DUV 장비로 여러 번 겹쳐 찍는 공법을 활용해 7nm 공정을 구현해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다만 제조 효율이 낮고 수율(양품률) 문제가 있어, 현재 한정된 캐파(capacity)를 우선순위 고객인 화웨이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중국 정부와 지방 당국도 SMIC의 증설과 장비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향후 5년 내 5nm 수준까지 자체 공정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는 수십 개의 팹리스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 하에 AI 가속 칩, RISC-V 기반 CPU 등을 개발하고 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예를 들어 Alibaba의 T-Head, Baidu의 Kunlun, Tencent의 Zixiao 등 대형 ICT기업들도 각각 AI 칩을 설계하여 일부 제품은 7nm 공정으로 양산하는 등 “플랜B” 칩을 마련하고 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은 중국제조 2025의 정신을 이어받은 자력갱생형 혁신으로 볼 수 있으며, 향후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 기술진영의 버퍼(buff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기술탈동조(decoupling)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은 당분간 최고 성능을 쫓기보다 “충분히 쓸만한” 수준의 자체 기술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3. 파괴적 혁신: 딥시크 등의 초저가 AI 반도체 등장

딥시크(DeepSeek)의 초저가 AI 전략: 2025년 1월, 중국의 신생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인공지능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23년 7월에 설립된 딥시크는 2025년 1월 대규모 언어모델(LLM) ‘R1’을 공개했는데, 성능은 OpenAI의 최신 GPT 모델과 비슷하면서 훈련 비용은 단 557만 달러(약 78억 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이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일반적으로 GPT-4와 같은 초거대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수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딥시크는 비용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딥시크 R1 모델의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에 업계는 경악했고, 메타의 한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들이 미친듯 딥시크를 분석해 복제하려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벤처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이를 가리켜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평하기도 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딥시크가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비결로는 효율적인 알고리즘 최적화와 저비용 하드웨어 활용이 꼽힌다. 이들은 미국의 수출규제로 금수된 NVIDIA H100 대신, 성능을 낮춘 중국향 GPU인 H800 수백 장을 병렬로 활용하여 성능을 확보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H800은 연산능력이 제한적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중국 내에서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를 대량 투입해 모델을 훈련하는 “물량 공세” 전략을 펼친 것이다. 또한 자체 분산학습 기술과 하이퍼파라미터 튜닝으로 자원 활용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낮은 사양의 칩으로도 최적의 성능을 끌어냈다고 한다. 그 결과 딥시크 R1은 일부 벤치마크에서 OpenAI GPT 모델을 능가하는 성과까지 보이며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초저가 AI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만에 17% 폭락했고, 딥시크 앱은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중국 AI 반도체 가격 경쟁력: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가격 파괴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딥시크는 R1 모델 API 이용료를 100만 토큰당 출력 16위안(약 $2.2)이라는 초저가로 책정하였는데, 이는 OpenAI GPT의 동일 기준 요금($60) 대비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심지어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자체 챗봇 두바오(Doubao)를 공개하며 100만 토큰 출력당 0.6위안(약 1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등 중국 AI 업계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촉발되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중국산 AI 모델들은 성능 면에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딥시크 R1 외에도 문샷AI(Moonshot)의 키미(Kimi) 챗봇, 미니맥스(MiniMax)의 모델, 바이두의 ERNIE, 알리바바의 통역원(Qwen) 등 여러 토종 AI 모델들이 등장하여 GPT-4 수준에 근접하거나 일부 능가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예컨대 문샷AI가 2024년 말 공개한 Kimi 1.5 모델은 긴 문장 입력 처리와 멀티모달 응답에서 OpenAI GPT-4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를 무료로 서비스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이처럼 중국 AI 기업들은 초대형 모델을 저비용으로 구현하고 무료 혹은 저가로 시장에 풀어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중국은 AI 분야에서 가격 중심의 파괴적 혁신을 일으켜 글로벌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실제 포브스 등 해외 언론은 “중국 AI 업계에서 시작된 가격 인하 경쟁이 전 세계 AI 산업의 수익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러한 경쟁은 엔비디아 등 기존 반도체 강자들의 수익성 압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딥시크 사례에서 보듯, 고객들이 값비싼 최첨단 GPU 대신 저렴한 다운그레이드 칩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미국산 고가 칩의 수요가 둔화되고 중국산 대체 칩의 채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흐름이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발 초저가 AI 기술의 등장은 글로벌 AI 생태계에 두 가지 주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AI 접근성의 확대이다. 비용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스타트업이나 개발도상국 연구자들도 거대 언어모델을 활용하거나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이는 AI 기술의 민주화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다. 둘째,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이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으로 그간 미국이 선도해온 거대 AI 모델 분야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AI를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있어 ( ‘AI계 테무’가 일냈다…딥시크 말고 문샷AI도 있다고?[딥다이브]|동아일보), 자본력 면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태세다. 미국의 오픈AI, 구글 등도 비용 절감과 모델 경량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응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역시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신규 아키텍처 개발로 중국발 도전에 응전하는 모습이다. 요약하면, 딥시크발 초저가 AI 반도체 혁신은 AI 산업의 비용 구조를 재편함과 동시에 미·중 AI 경쟁을 한층 가열시키는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AI 가격 경쟁의 추이가 글로벌 기술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4. 중국 AI 반도체 현황

화웨이 AI 반도체 vs 엔비디아 비교: 중국의 AI 반도체 발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화웨이(華為)의 AI 칩셋이다. 화웨이는 2019년 첫 Ascend 910 AI 가속기를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다. 최신 버전인 Ascend 910B(2022년 공개)는 중국 SMIC의 7nm 공정으로 생산된 칩으로, 화웨이 측 주장에 따르면 엔비디아 A100 GPU의 약 80% 수준 효율로 대형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고, 일부 테스트에서는 A100을 20% 정도 능가한다고 한다 (Huawei claims its AI chip is faster than Nvidia A100 — but Chinese powerhouse struggles to match transformational pace of rivals as international sanctions force change in design | TechRadar). 2024년 화웨이 임원이 직접 “910B와 A100의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할 만큼 성능 격차를 줄였으며 (Huawei claims its AI chip is faster than Nvidia A100 — but Chinese powerhouse struggles to match transformational pace of rivals as international sanctions force change in design | TechRadar), 중국 내 AI 트레이닝 클러스터에 Ascend 칩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Ampere 세대(A100) 후속으로 2022년 H100(Hopper 아키텍처, 4nm 공정)을 내놓아 다시 한번 성능 격차를 벌였다. 화웨이는 이에 맞서 Ascend 910의 파생 버전인 Ascend 910C를 개선하고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진행하여, 이 칩이 엔비디아 H100의 약 60% 수준 추론 성능을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eepSeek research suggests Huawei's Ascend 910C delivers 60% of Nvidia H100 inference performance | Tom's Hardware). 910C는 본래 2019년 설계 기반이어서 절대 성능은 뒤처지지만, 최적화된 커널(CUNN)과 병렬화 기술로 추론 작업에서는 어느 정도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DeepSeek research suggests Huawei's Ascend 910C delivers 60% of Nvidia H100 inference performance | Tom's Hardware). 종합적으로 보면, 엔비디아 H100 > A100 ≒ 화웨이 Ascend 910B > Ascend 910 순으로 성능 서열이 매겨진다. 즉 현 시점에서 중국 최고 성능 AI칩은 엔비디아보다 한 세대 이상 뒤진 수준이다. 그러나 이 격차는 서서히 축소되는 추세로, 과거 2세대 이상 차이 나던 것이 이제 약 1세대 차이로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무엇보다 화웨이 Ascend 시리즈는 자국 내 생산이 가능하고 제재 리스크가 적다는 강점을 지녀, 중국 내수용 AI 인프라에서 채택이 늘고 있다 (Huawei claims its AI chip is faster than Nvidia A100 — but Chinese powerhouse struggles to match transformational pace of rivals as international sanctions force change in design | TechRadar). 반면, 엔비디아의 생태계 우위는 여전히 공고하다. 엔비디아는 CUDA 플랫폼으로 시작해 20여 년간 개발된 방대한 소프트웨어 스택과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딥러닝 프레임워크, 개발 툴의 최적화 수준에서 화웨이 등 후발주자는 아직 격차가 크다. 실제 중국의 딥시크 연구진은 “화웨이 등 중국 프로세서는 장시간 훈련 시 안정성에서 취약하며, 이는 수십년에 걸친 엔비디아의 하드·소프트 통합 에코시스템 완성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DeepSeek research suggests Huawei's Ascend 910C delivers 60% of Nvidia H100 inference performance | Tom's Hardware). 이처럼 하드웨어 단품 성능 격차는 좁혀졌지만, 전체적인 시스템 신뢰성이나 효율성에서 엔비디아가 앞선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그럼에도 화웨이 Ascend를 비롯한 중국산 AI 칩은 “충분히 쓸만한 수준”까지 도달했으며, 특히 추론 작업 등 일부 영역에서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존재감을 높이는 중이다 (DeepSeek research suggests Huawei's Ascend 910C delivers 60% of Nvidia H100 inference performance | Tom's Hardware).

최신 성능 및 기술 발전 현황: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7nm 공정 시대의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화웨이 하이실리콘(HiSilicon)의 Ascend 910B/910C(7nm)는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로 자리잡았고, Kunpeng 920(7nm)은 서버 CPU로 활용되고 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바이두는 자체 클라우드 AI칩 쿤룬2(Kunlun Gen2)를 7nm로 생산하여 자사 데이터센터에 적용했고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알리바바는 평투어거(平头哥) 산하에 IoT/AI용 Hanguang 800 및 12nm급 AI 칩을 개발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텐센트 또한 12nm 기반 Zixiao AI 가속기를 내놓는 등 빅테크들이 앞다퉈 전용 하드웨어를 마련하였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심지어 2023년에는 화웨이가 4× Ascend 910 칩을 한 패키지에 집적한 Atlas 900 AI 트레이닝 클러스터를 선보여, 초당 256 TFLOPS의 FP16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고도화”로 요약된다. 즉 중국산 칩들은 최첨단 34nm 기술은 아니지만, 현존 7nm 공정을 극대 활용하고 칩렛(chiplet) 구조, 병렬 처리 등을 통해 성능을 높이고 있다 (DeepSeek research suggests Huawei's Ascend 910C delivers 60% of Nvidia H100 inference performance | Tom's Hardware). 다만 이 과정에서 발열과 전력 효율 저하 등의 한계도 나타나, 아직 상용 최고 성능에는 못 미친다. 한편 반도체 설계자동화(EDA)나 장비 분야에서도 자체 기술 확보 노력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2022년 상하이 마이크로일렉트론(MEI)은 28nm급 불화아르곤(DUV) 노광장비 시제품을 개발했고, 징톈(DJCTQ) 등 기업은 EDA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착수했다. 이런 기초 기술까지 자립해야 진정한 첨단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단기 성과가 나오는 설계·제품화뿐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에도 투자하고 있다. 기술 자급률의 변화를 수치로 보면, 메모리 등 일부 분야에서 국산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2022년 YMTC(장강메모리)의 NAND 플래시가 전세계 5%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러나 고성능 AI칩의 국산화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2023년 중국 데이터센터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화웨이 등 토종 업체는 약 6%에 불과했다 (Huawei claims its AI chip is faster than Nvidia A100 — but Chinese powerhouse struggles to match transformational pace of rivals as international sanctions force change in design | TechRadar). 이는 고성능 훈련용으로는 여전히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의미다. 다만 A800/H800마저 추가 제재를 받게 된 2024년 이후에는 이러한 수치에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하여 국내 클라우드에 화웨이 Ascend 클러스터를 증설하고, 안정성이 입증된 바이두 쿤룬 칩 등의 활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궁극적으로 중국 AI 반도체의 자급률은 현재의 510%대에서 2030년경 40~5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중국제조 2025’의 본질 – 한국해양전략연구소) ('Made in China' chip drive falls far short of 70% self-sufficiency | KrASIA). 중국제조 2025에서 제시했던 70%에는 미달하더라도, 일정 부분은 자체 공급으로 메우는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5. 중국 자율주행 시장의 성장

BYD, 샤오미, 화웨이의 자율주행 전략: 중국의 자율주행차 분야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맞물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 빅테크, 스타트업들이 각축하는 가운데, 특히 BYD, 샤오미(Xiaomi), 화웨이(Huawei) 세 기업은 서로 다른 강점을 바탕으로 독자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BYD :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성장한 BYD는 방대한 차량 생산량을 바탕으로 자체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초기에는 엔비디아와 제휴하여 차량용 AI 컴퓨팅 플랫폼인 Orin-X 칩을 일부 차종에 채택하였고 (BYD Automotive Partner - NVIDIA), 중국 토종 칩인 Horizon Robotics의 Journey 5/6도 활용하여 주행보조 시스템(DiPilot)을 구현했다 (BYD working on an AI autonomous driving chip, report claims - ArenaEV). 그런데 BYD는 한발 더 나아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칩을 곧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YD working on an AI autonomous driving chip, report claims - ArenaEV). 2024년 11월 현지 보도에 따르면 BYD는 80 TOPS급 연산능력의 자율주행 SoC를 개발 중이며, 향후 2~3년 내에  엔비디아/Horizon 칩을 자사 칩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YD 오션(Ocean) 시리즈 총괄은 “머지않아 가장 저가 모델인 Seagull조차 자체 칩 기반 스마트 주행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혀, 전 차종에 걸쳐 초저가 자율주행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시사했다. 즉 BYD는 배터리부터 칩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절감과 기술 통제력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이미 2023년 한 해에만 수십만 대의 차량에 고속도로 주행보조, 자동주차 등의 기능을 적용하여 풍부한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완전 자율주행(Level 45)에 단계적으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 샤오미(小米) :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는 2021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단기간에 자율주행 역량을 끌어올린 특이한 사례다. 레이쥔(雷軍)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샤오미 자동차부문은 2022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DeepMotion을 인수하고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여 불과 2년 만에 완전 자율주행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Xiaomi adds former TuSimple CTO to its ranks, deepens intelligent driving initiative | KrASIA). 2023년말 첫 양산 전기차 Xiaomi SU7을 출시했는데, 이 차량에는 고속도로와 도심에서의 Navigate on Autopilot (NOA) 기능이 탑재되었다 (Xiaomi adds former TuSimple CTO to its ranks, deepens intelligent driving initiative | KrASIA). 샤오미는 “타사와의 협력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전부 자체 개발”이라고 강조하며, 카메라 기반 비전 인식부터 경로플래닝 알고리즘까지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구축했음을 밝혔다 (Xiaomi adds former TuSimple CTO to its ranks, deepens intelligent driving initiative | KrASIA). 두 개의 엔비디아 Orin-X 칩이 장착된 중앙컴퓨팅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라이다 센서 및 11개의 카메라를 조합하여 주변환경을 인식한다 (Xiaomi Unveils Xiaomi Pilot (XP): A Glimpse into the Future of ...). 샤오미의 자율주행팀은 창립 2년만인 2023년 기준 직원 1,000여 명, 시험주행 누적 1,000만 km를 돌파했고, RMB 47억 위안(약 8,5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공격적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Xiaomi adds former TuSimple CTO to its ranks, deepens intelligent driving initiative | KrASIA). 그 결과 출시 43일 만에 1만 대 인도, 사전예약 4분만에 완판 등 초기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Xiaomi adds former TuSimple CTO to its ranks, deepens intelligent driving initiative | KrASIA). 이는 샤오미의 브랜드 파워와 함께 높은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자율주행 기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샤오미는 향후 2024년까지 자율주행팀을 1,500명, 2025년 2,000명 규모로 확대하고 연간 15억 위안 이상의 투자를 지속하여, 테슬라와 화웨이에 필적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Xiaomi adds former TuSimple CTO to its ranks, deepens intelligent driving initiative | KrASIA). 스마트폰에서 쌓은 소프트웨어 노하우와 사용자 경험을 자동차에도 접목하여, 차량-모바일-클라우드 생태계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샤오미 전략의 핵심이다.

  • 화웨이(華為) : 화웨이는 완성차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자율주행 토탈 솔루션 공급자로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자동차 사업부를 신설한 화웨이는 첨단 센서(라이다, 레이더), 차량용 통신(5G-V2X), 인포테인먼트(HarmonyOS Auto)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택(ADS)에 이르기까지 차량용 풀패키지를 개발했다 (Huawei ADS 2.0: A Promising New ADAS in Market) (HUAWEI ARCFOX ALPHA S SERIES SMART CAR). 화웨이의 전략은 “Huawei Inside”로 불리며, 자사 기술을 자동차 제조사에 심어주는 협력 모델이다. 북경자동차(BAIC)의 아크폭스(Arcfox) αS HI, 창안자동차-화웨이-CATL 합작 Avatr 11, 그리고 SERES와 협업한 AITO 등 여러 브랜드가 화웨이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채택했다. 특히 2022년 출시된 Arcfox αS HI 모델은 세계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 L3 수준(운전자 개입 없이 특정 조건에서 주행) 기능을 탑재하여 주목받았다. 이 차량은 화웨이의 ADS 2.0 소프트웨어와 34개의 센서, 초고해상도 지도를 결합해 베이징 시내 복잡한 도로에서 스스로 주행하는 도시 NCA(Navigation Cruise Assist)를 구현했다 (Huawei-powered Arcfox releases ADAS software - TechNode). 나아가 화웨이는 고정밀지도 없이도 카메라와 AI로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맵프리(Map-Free) NCA” 기술을 개발, 2024년 2월 AITO M5/M7 차량 200대에 첫 적용하며 중국 338개 도시 전역에서 HD맵 없이 자율주행 보조운행을 가능케 했다 (Huawei Aito launched the first batch of "Map free NCA" in all cities in China). 이 기능은 복잡한 지도 업데이트 없이도 주행보조가 가능해 테슬라 FSD와 유사한 접근법으로 평가받는다. 화웨이의 이러한 기술력은 연간 약 10억 달러 이상의 R&D 투자와 2,0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Interview with Su Jing, Director of Huawei Autonomous Driving ...). 화웨이는 궁극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안드로이드가 되어, 표준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2021년 말 정부 규제로 ICT 기업의 완성차 지분투자가 제한되면서, 화웨이는 직접 차를 만들지 않고 부품/소프트웨어 공급에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로써 화웨이는 동종업계인 바이두(로보택시 개발)나 샤오미(완성차 제조)와는 다른 B2B 지향의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자율주행 기술 수준 및 글로벌 경쟁력: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일부 영역에서 세계 선도권에 근접해 있다. 로보택시(Robotaxi, 자율주행 택시)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 속도는 특히 두드러진다. 바이두 Apollo Go는 2020년대 초부터 베이징, 광저우, 우한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여 2023년까지 누적 6백만 건 이상의 자율주행 승차 서비스를 제공했다 (Baidu Apollo launches 6th-gen robotaxi with 60% lower cost - CnEVPost). 2023년에는 우한에서 세계 최초 24시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며 운영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고, 2024년까지 로보택시 1천대를 투입해 일부 도시에서 영업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할 정도로 상용화에 근접했다 (Baidu Apollo launches 6th-gen robotaxi with 60% lower cost - CnEVPost) (Baidu Apollo launches 6th-gen robotaxi with 60% lower cost - CnEVPost). 이는 미국의 웨이모(Waymo)나 크루즈(Cruise)에 필적하는 규모이며, 공공 도로 주행거리 1억 km 돌파 등 축적된 데이터 면에서도 글로벌 최상위권이다 (Baidu Apollo launches 6th-gen robotaxi with 60% lower cost - CnEVPost). 중국 당국은 2022년부터 법규를 정비하여 특정 지역에서 완전 무인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고 있어, 정책 지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기술적으로 보면, 인지·제어 알고리즘은 미국 선두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고해상도 지도 활용이나 5G-V2X 인프라 측면에서는 중국이 오히려 앞선 면이 있다. 예컨대 상하이, 베이징 등에는 도로변에 차량-인프라 협력용 센서를 설치하여 자율주행차에 실시간 정보를 전송하는 스마트 로드가 구축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식 자율주행+스마트시티 융합 모델로 주목받는다. 한편 승용차의 ADAS(첨단 운전자보조)자율주행 기능도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따라잡는 추세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선도했던 고속도로 NOA 기능은 니오(NIO), 샤오펑(Xpeng) 등이 이미 구현했고, 심지어 혼잡한 도심 주행보조(시티 NOA)를 2023년 양산차에 상용화한 곳도 중국이 처음이다. 2023년 샤오펑 P5 차량은 광저우 시내에서 수십 km에 걸쳐 신호등 교차로를 통과하며 자율주행하는 City NGP 기능을 출시하여 화제가 되었다. 화웨이 기술이 적용된 아이트(Ask) M5도 베이징 시내에서 유사한 기능을 선보였다. 이는 아직 정식으로 Level 4로 인증받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준자율주행 능력을 소비자 차량에 탑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중국의 완성차 자율주행 기술은 부분적으로 미국에 앞서있거나 최소한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다만 절대적인 안전성 검증과 성숙도에서는 갈 길이 남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예컨대 2022년 바이두 로보택시가 돌발상황에서 수동介入되는 사례가 보도되었고 (Baidu's Apollo Go Robotaxi Almost Crashed During a Ride, Rider Said), 소비자용 NOA 기능 역시 제한된 조건에서만 사용이 권장되는 등 완전무결한 자율주행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공통이므로, 결국 데이터 축적량과 AI 성능 향상이 열쇠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향후 수년 내 압도적인 주행 데이터 확보를 통해 자율주행 AI를 고도화할 가능성이 높다. 맥킨지 등은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해 자율주행차 분야를 지배할 것이며, 2030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5,000억 달러 규모)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China’s Drive To Dominate Autonomous Cars - The Innovator) (China’s Drive To Dominate Autonomous Cars - The Innovator).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BAT 같은 기술 대기업의 총력 투자가 맞물려 중국은 자율주행차 설계, 운용규칙, 시장판매 측면에서 막대한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China’s Drive To Dominate Autonomous Cars - The Innovator) (China’s Drive To Dominate Autonomous Cars - The Innovator). 이는 중국 정부가 2017년 자율주행을 국가전략으로 선언하며 의도했던 바와 일치한다 (China’s Drive To Dominate Autonomous Cars - The Innovator). 물론 미국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역량과 축적된 노하우는 여전히 막강하며, GM과 포드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트럭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양강으로서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유럽·일본이 그 뒤를 추격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중국은 시장 크기와 추진력 면에서 우위인 반면, 미국은 최고급 인재와 핵심 알고리즘에서 강점을 보이는 형국이다. 이러한 경쟁이 기술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표준 경쟁, 규제 차이 등 국제 협력의 단절을 불러올 우려도 있다. 따라서 중국 업체들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국제 안전기준 준수, 투명한 데이터 관리 등 글로벌 신뢰 확보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할 것이다.

주요 프로젝트 및 실적: 중국 자율주행 분야의 주요 사례를 몇 가지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바이두 Apollo 프로젝트: 2017년 시작된 오픈소스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현재 210여 개 파트너사가 참여하고 있다. Apollo 기반으로 개발된 로보택시 서비스 Apollo Go는 2021년 이후 총 10개 도시 이상에서 운영되었고, 2024년 초 누적주행 1억 km, 누적승객 600만 명을 달성했다 (Baidu Apollo launches 6th-gen robotaxi with 60% lower cost - CnEVPost). 2023년 발표된 6세대 로보택시 모델은 차량 가격을 이전 대비 60% 낮춘 20만 위안대로 끌어내려 대규모 확산에 나섰으며, 바이두는 2025년 Apollo Go를 세계 최초 영업흑자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Baidu Apollo launches 6th-gen robotaxi with 60% lower cost - CnEVPost) (Baidu Apollo launches 6th-gen robotaxi with 60% lower cost - CnEVPost). (2) 포니.ai(Pony.ai): 전직 구글 출신이 공동창업한 스타트업으로, 광저우와 베이징, 캘리포니아 등에서 테스트 주행을 실시하였다. 2022년 토요타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2023년 베이징 경제개발구에서 전면 무인 로보택시 영업허가를 취득하여 하루 수백 건의 운행을 하고 있다. (3) 오토엑스(AutoX): 알리바바가 투자한 스타트업으로, 2020년 중국 최초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시범운행을 선보였다. 선전(深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1만 km당 사고없이 주행하는 등 안정적인 기록을 내고 있다. (4) 니오, 샤오펑 등의 완성차: 니오는 2022년 NIO Pilot에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했고, 2023년에는 고정밀지도 없이 시내 주행이 가능한 City NAD 기능을 개발 중이다. 샤오펑은 G9 SUV에 XNGP라는 통합 자율주행 패키지를 넣어, 고속도로+도심+주차까지 연계된 전구간 스마트 드라이빙을 지향한다. (5) 상용 물류: 자율주행 트럭 기업 Tusimple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여 북미와 중국 양쪽에서 무인 화물 운송 시험을 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중국 포트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완전자동 트럭 운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렇듯 중국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실적을 쌓아가며, 서로의 성과를 벤치마킹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특히 거대 IT 기업과 자동차 기업, 지방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실도로 테스트, 인프라 조성, 시민 수용성 제고를 병행한 결과, 오늘날 중국 도심에서는 무인차가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을 정도다. 이는 중국이 자율주행 상용화 “라스트 마일”을 향해 세계에서 가장 성큼 다가서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6.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 및 전망

현재 기술 격차 분석: AI 반도체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미·중 기술격차를 살펴보면, 미국이 한 발 앞서 있고 중국이 맹렬히 추격하는 형국으로 요약된다. 먼저 AI 반도체(하드웨어) 분야에서 미국은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세계 최고 업체들을 통해 최첨단 칩 설계와 소프트웨어 에코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 H100 같은 경우 TSMC 4nm 공정과 쿠다(CUDA) 생태계를 바탕으로 현존 최고 성능을 구현하여 사실상 글로벌 표준처럼 쓰인다. 반면 중국은 자체 GPU나 AI 칩 면에서 아직 한세대 이상 뒤처진 성능을 보이고, 최첨단 제조공정(3nm 등)에서는 약 5년 정도 격차가 있다는 평가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그러나 이러한 “양적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다.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용 SoC인 Kirin 9000S는 7nm 공정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2023년 출시된 애플 A17 (3nm) 등과 비교해보면 약 2년 정도 이전 세대에 해당한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칩은 4~5년 이상 차이가 났던 것을 감안하면, 이제 설계 측면에서는 1~2년 내 격차까지 따라온 셈이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AI 칩도 마찬가지로, 앞서 살펴본 화웨이 Ascend 910B가 엔비디아 A100에 근접한 성능을 내는 등 “쓸만한 수준”의 대안이 등장했다 (Huawei claims its AI chip is faster than Nvidia A100 — but Chinese powerhouse struggles to match transformational pace of rivals as international sanctions force change in design | TechRadar). 다만 에너지 효율, 신뢰성, 소프트웨어 지원 등 “질적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 미국 기업들은 수십 년간 축적한 IP 포트폴리오와 전세계 인재풀을 바탕으로 혁신을 선도하는 반면, 중국은 최근에야 투자를 시작하여 경험과 노하우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예컨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중국은 최고 수준 대비 4~5세대 세대 뒤져 28nm급 수준이며, EUV 기술은 아직 요원하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또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딥러닝 프레임워크(PyTorch, TensorFlow 등)나 자율주행 AI 알고리즘 대부분이 미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왔다. 중국도 자체 프레임워크(예: PaddlePaddle, MindSpore)를 내놓았지만 국제적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보더라도, Waymo나 Cruise 같은 미국 기업들은 2010년대부터 축적한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우 정교한 AI 드라이버를 구현해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2016년 이후 본격화되어 데이터 규모와 시나리오 다양성 면에서 조금 열세일 수 있다. 또한 반도체-센서-소프트웨어 통합 완성도 측면에서도 테슬라 등 미국 업체의 차량은 수백만 대 실제 주행으로 검증된 반면, 중국의 자율주행차는 아직 보급 초기라 신뢰성 증명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질적 수준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인력과 최신 연구는 글로벌하게 공유되기 때문에, 한쪽이 월등히 우위에 있고 다른 쪽이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은 거의 없다. 실제 AI 알고리즘 연구의 경우, 딥러닝 논문 수와 인용수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서거나 비등한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인공지능 분야 top1% 첨단 논문 점유율은 미국 27.7%, 중국 26.6%로 근소한 차이였고, 최신 CVPR/NeurIPS 등 학회에서 중국계 저자의 발표도 두드러진다. 요컨대 원천 연구개발에서는 막상막하, 제품 완성도와 인프라에서는 미국 우위로 요약할 수 있다.

향후 5~10년 간격 축소 가능성: 앞으로 5~10년을 내다봤을 때, 현 격차가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중국의 집중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건 이상, 수천억 위안의 추가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5nm, 3nm 공정에 도전하고 EUV 장비 국산화를 시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충분한 시간과 자본이 주어진다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실제 업계 일부에서는 2025년경 중국 SMIC가 5nm 공정 시험생산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일단 7nm 벽을 넘은 만큼, 5nm도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 무렵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기술은 TSMC 등과 한 세대 이내 격차로 좁혀질 수 있다. 다만 수율과 비용이 문제인데, 중국산 7nm 칩은 현재 단가가 높아 상업성이 낮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향후에도 정부 보조 없이는 첨단칩 생산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중국이 격차를 줄이더라도, 동등한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둘째, 인재·생태계 측면에서 중국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인 연구자의 해외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국 내 인재풀 형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대학들은 AI,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대폭 늘리고 귀국 인재를 우대하여 두뇌 유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향후 5년 내 고급 인력 격차를 완화시켜줄 것이다. 또한 중국 기술기업들이 자체 생태계를 구축함에 따라, 엔지니어링 실무 경험이 쌓이고 실전 역량이 올라갈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모두 엔비디아 CUDA만 쓰던 중국 연구자들이 이제 화웨이 CANN, 바이두 Kunlun SDK 등 다양한 플랫폼을 다뤄보면서 시스템 통합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혁신을 창출할 밑거름이 된다. 셋째, 거대한 내수 시장이 중국 편이다.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이터 양과 사용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독보적 규모를 가진다. 향후 10년간 생성될 빅데이터의 3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예측도 있다. 이 데이터를 무기로 AI 모델을 발전시키면, 설령 반도체가 약간 뒤쳐져도 결과적 성능에서는 앞설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컴퓨터비전 등 몇몇 응용에서는 이미 중국 제품이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중국어 음성비서, 안면인식 등). 그러므로 향후 510년 내 응용 AI 수준에서는 중국이 일부 영역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의 격차 유지 전략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연대하여 대중 기술우위를 지키려 하고 있다. 2023년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와 함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협의를 이끌어내 ASML, 니콘 등의 장비 공급을 차단했다. 또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CHIPS Act(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50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집행 중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OpenAI, 구글 딥마인드 등이 차세대 AI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양자컴퓨팅, 뉴로모픽 칩 등 차세대 기술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즉 미국은 “항상 두세 걸음 앞선” 상태를 유지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미국이 기술 리더십을 계속 가져간다면, 중국이 열심히 추격해도 현재의 격차가 유지되거나 심지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고난이도 기술(예: EUV)의 경우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워, 중국이 2030년까지도 자체 EUV 노광기를 확보하지 못하면 2nm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또한 미·중 decoupling으로 인해 중국 기업이 해외 첨단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에 접근하지 못하면 연구 개발 효율 저하가 불가피하다. 최근 미국의 대중 AI 반도체 추가 규제는 중국 대학과 연구기관이 클라우드마저 사용하기 어렵게 할 수 있어, 이는 중국 AI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출 우려가 있다.

AI 반도체 및 자율주행 기술 발전 예상 시나리오: 이상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 시나리오 1: 완만한 격차 축소 – 중국이 현재 기조를 유지하여 5년 내 5nm 공정, 10년 내 3nm에 진입하지만, 미국도 2nm, 1nm로 선행하여 격차가 약 1세대 수준으로 줄고 유지되는 경우다. 이 경우 중국은 웨이퍼당 비용이 높아도 대량 생산으로 밀어붙여 내수 수요 상당 부분을 자급하고, 미국은 최첨단에서 성능 우위를 지속 확보한다. 예를 들어 2030년 중국 데이터센터의 50%는 중국산 AI칩이 장악하지만, 최고성능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 칩이 사용되는 식이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중국이 도시 서비스에 폭넓게 보급하여 운행대수에서는 미국을 압도하지만, 핵심 알고리즘이나 안전성에서는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한다. 결국 양국이 모두 승자가 되는 시나리오로, 기술적 간극은 크지 않으나 각자 장점 살려 병존하는 모습이다.

  • 시나리오 2: 중국의 비약적 도약 –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핵심 난관을 돌파하여 기술격차를 거의 해소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2028년까지 중국이 EUV 노광기 국산화에 성공해 2nm 공정을 구현하거나, 혁신적 아키텍처(광자 컴퓨팅 등)로 미국을 추월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또한 AI 알고리즘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예: 인공지능 기초모델의 획기적 성능 개선)을 중국이 주도하면, 미국이 뒤따라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의 견제가 효과를 못 보고 중국의 기술자립 달성으로 이어져, 글로벌 기술패권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의 경우 중국 내 로보택시가 이미 2030년에 전국적 상용화되고, 해외에도 중국 기술이 수출되어 세계 표준을 좌우한다. 예컨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스마트시티에 중국 자율주행 시스템이 깔리고, 미국/유럽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그림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 정도의 급진적 역전이 이루어질 확률은 높지 않으며, 미국 역시 가만있지 않기 때문에 부분적 도약은 가능해도 전면적 우위 전환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 시나리오 3: 기술냉전의 장기화 – 미·중 간 기술 디커플링이 심화되어 서로 완전히 다른 공급망과 표준을 구축하고 경쟁이 고착되는 경우다. 이 경우 격차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내수 생태계에서 필요한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미국은 동맹국들과 글로벌 공급망을 굴리며 이끌어가되, 양측 시스템이 분리되어 상호 호환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인터넷이 양분되고, 자율주행차 통신규약이나 지도가 달라서 중국산 자율주행차는 중국 내에서만, 미국 것은 미국 블록 내에서만 운행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각자 자기 시장에 집중하므로, 기술비교는 상대적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과 교류가 위축되므로 전반적 혁신 속도가 떨어지는 윈윈이 아닌 루즈루즈 시나리오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시나리오 1에 가까운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4 Ways China Gets Around US AI Chip Restrictions – The Diplomat)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중국이 아직 추격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거대한 내수와 국가역량을 지렛대 삼아 상당 부분 격차를 좁히고, 미국은 첨단분야 리드를 어느 정도 유지한 채 두 강국이 공존하는 형태다. 이런 환경에서 두 나라의 기술협력과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한편, 제3의 변수로 예상치 못한 돌파구(예: AGI의 등장,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 양국 관계 변화 등)가 나타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일반지능(AGI)이 조기에 구현되어 과학기술 혁신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이를 먼저 활용한 측이 단기간에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또는 미·중 관계 개선으로 반도체 제재가 완화된다면, 중국은 훨씬 수월하게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이러한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추격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경쟁은 향후 5~10년간 “좁혀지는 격차 속 치열한 접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의 연장선에서 기술자립과 혁신에 사활을 걸 것이고, 미국은 제재와 자체 혁신으로 우위를 지키려 할 것이다. 이 경쟁이 기술 발전을 가속하고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기술표준 분열이나 협력 감소 같은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따라서 미·중 양국이 경쟁 속 협력(co-opetition)의 균형을 모색하여, 글로벌 차원의 AI 거버넌스와 안전 기준을 함께 마련해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은 국경을 넘는 도전과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승리보다는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적 경쟁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의 격차는 언젠가 숫자상으로 무의미해질 수 있어도, 책임있는 기술 활용과 지속가능한 혁신이라는 더 큰 목표는 미·중이 공유해야 할 미래 과제라는 점을 끝으로 강조하고자 한다. (How Innovative Is China in Semiconductors? | ITIF) (China’s Drive To Dominate Autonomous Cars - The Innov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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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Times. (2025). China's superpower of scaling will spur DeepSeek's competitive th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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